오랜 괴롭힘 끝에 주이령에게 남은 것은 부모의 유산과 자신을 이렇게 만든 해사윤을 향한 증오뿐이었다. “경찰에 신고하셔도 됩니다. 제가 술에 취해 혜나 씨를 강간한 것에 대해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신혜나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핸드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잠시 고개를 숙였다. 그것을 보고 해무열은 그녀가 우는 것이라 생각했는지 손에 휴지를 얼른 건네주었지만 신혜나는 그저 그것을 꾹 쥔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시발, 성공이다.’ 신혜나는 환희에 가득찬 표정을 티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 * * 해무열이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입을 열었다. “혜나 씨, 나 이용한 거였구나.” 그다음 나올 말은 뭘까. ‘실망했습니다.’, ‘어떻게 나에게 그럴 수 있어?’ 등등 여러 가지를 예상하던 신혜나가 해무열을 다시 올려다보자 이상하게도 그의 눈에서 실망은 눈에서 보이지 않았다. “음, 그게 끝?” “…혹시 제가 손이라도 올리는 쓰레기같이 보였습니까?”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더 화를 낼 거라 생각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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